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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과 지리산 정복을 위해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준비 운동으로 경기도 내 산을 찾다가 1,000m가 넘는 산이 있었으니
경기도 양평의 용문산이었습니다. 정확한 높이는 용문산 정상 가섭봉이 1,157m 입니다.
토요일 비가 많이 내려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일요일 아침에는 비는 오지 않고 안개만 잔뜩 끼어있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7시 집에서 출발해 1시간 30분을 달려 용문산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근처 슈퍼마켓에서 물과 음료, 초콜릿을 사고 간단한 준비운동과 함께 물도 좀 빼주고...ㅋㅋ
오전 9시 용문산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가지도 않을 용문사때문에 입장료를 받네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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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분을 걸으니 용문산용문사라고 쓰여진 일주문이 나오고 일주문을 통과한 후 10여분을 더 걸으니
천연기념물 30호인 은행나무와 용문사가 나옵니다. 용문사, 용문산보다 더 유명한 은행나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았습니다.
용문사를 끼고 작은 다리를 건너니 등산로가 나옵니다. 어제 내린 비 덕분인지 짙은 안개와 젖은 땅이 반겨주네요.
오른편의 계곡에도 맑은 물이 콸콸 넘쳐 흐릅니다.

등산로 시작 시점에서 100m를 못가니 삼거리가 나옵니다. 능선로와 마당바위길.
그래도 산인데 능선을 타야하지 않겠어? 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능선로로 올랐는데.....
이 선택이 고난의 길이 될지는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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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가파른 경사는 그렇다 치지만 젖은 바위때문에 미끄러워 앞으로 나가기가 조심스럽고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언제 미끄덩하고 넘어질지 몰라 스틱과 발의 감각에 온몸을 맡기고 오르는데 끝이 보이지 않더군요.
1시간정도를 오르니 능선길에 끝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엄청난 바윗길이 나왔기 때문이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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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암석과 짜잘한 젖은 바위에 가파른 경사. 능선길은 예고편이었나 봅니다.
중간 중간 밧줄이 있었는데 밧줄에 의지하지 않으면 미끄러워 오르지 못할 곳도 나오고 계단은 또 어찌나 많은지.....
그런 길을 30여분을 오르다 땀도 비오듯 흐르고 목도 말라 넓은 바위에 잠시 앉아 휴식도 취하고 셀카질도 작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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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까지만해도 사진에는 사람다운 모습으로 찍히더군요. 아직은 멀쩡한 모습입니다.
5분 정도를 쉬고 있는데 웅성웅성 소리가 들립니다. 산악회에서 오셨는지 한 무리의 등산객이 올라오는데
유독 눈에 띄는 할머님 한분. 대충 봐도 60대 후반의 할머님이셨는데 열심히 오르십니다.
이제 20대는 아니지만 젊은 나이에 '할머님보다 못할 수는 없지'라는 생각으로 다시 정상을 향해 오르기 시작하는데
다리에 조금씩 통증이 찾아와 중간 중간 숨을 돌리는데 뒤에서 아까 그 할머님은 계속 올라오십니다. ㅡㅡ;;

그래서 또 오르다 힘들면 잠시 쉬고 뒤돌아보면 또 할머님이 보이고.....ㅜㅡ
그렇게 할머님을 경계하면서 오르다 보니 어느덧 12시. 출발한지 정확히 3시간째였습니다. 그리고 곧 정상이 나타났습니다.
캬~ '할머님보다 뒤쳐지지는 않았다' ㅡㅡ;;

정상에 오르니 많은 분들이 데크에 자리를 펴고 점심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정상은 데크에서 계단을 조금 더 올라야 만날 수 있었죠. 오후 12시 10분 드디어 1,157m 정상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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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석이 있는 곳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바람과 함께 밀려오는 각종 벌레들과 잠자리 떼.....5분 이상을 못 앉아있게 합니다.
그래서 데크로 내려가 허기를 채우기 위해 구석에 앉아 오르기 전에 사온 음료와 초콜렛을 섭취한 후 10분을 더 앉아있다가
다시 하강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런 날벼락이.....다리가 후들거립니다. 경사는 가파르고 아직 바위는 젖어있는데 말이죠.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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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단은 뛰어내려오게되고 젖은 바위는 밧줄을 붙잡았지만 몇 번을 다리로 내려오지 못하고
엉덩이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비브람창이 젖은 바위에 쥐약이라더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젠장
1시간 30분을 내려오다 저질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능선길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잠시 쉽니다.
분명 바윗길을 선택했지만 걷다보니 올라오던 코스인 능선길로 들어서게 됬습니다. 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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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셀카질을 했지만 오를때 찍은 사진에 있는 사람은 없어지고 땀에 쩔은 거지가 찍혔습니다. ㅡㅜ
그래도 첩첩산중에 나무가 빽빽히 찬 숲속에 혼자 앉아 바람을 맞고 물소리를 들으니 기분은 정말 좋았습니다.
10분정도 저만의 무릉도원을 만끽하고 가파른 능선길을 다시 내려갔습니다.
40~50분정도를 내려오니 사람소리가 들리고 물소리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등산로 시작점에 다다른 것 같아 힘을 내서 내려오니 계곡이 보이네요.

그리고 조금 더 걸으니 평상복차림의 젊은 커플이 보입니다. 그런데 그 커플이 제게 정상까지 머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그리 멀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커플은 능선길로 오릅니다. 10분 후 다시 내려오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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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은 아니었지만 물이 흐르는 곳이 있어 장비를 벗어던지고 세수도하고 머리도 담그고 팔도 씻고 다리고 씻고 발도 담갔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라 그런지 차가워서 1분 이상을 못담그고 있겠더군요. 그런데 기분은 정말 날아갈듯 상쾌하고 좋았습니다. 뒤에 있는 계곡에 몸을 담그고 싶었지만 비 때문에 물살이 세서 떠내려 가는 모습을 물놀이 나온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참았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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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차가워 발만 담가도 온몸이 시원해졌습니다.
10분정도를 휴식하고 용문사를 지나 내려오는데 지나가던 등산객분들의 대화가 들려옵니다.
"전에 치악산도 힘들었는데, 여기도 만만치 않아", "이 산만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다른 산은 쉬울 것 같아" 라고 합니다.
아~ 그런 것이었습니다. 준비운동으로 선택한 산이 이런 산일 줄을 몰랐던 겁니다. 정말 험하더군요.
그래서인지 곧 오르게 될 설악산과 지리산 정복에 자신감이 조금 더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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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산에 오른지 6시간만 입니다. 다리가 풀려서인지 터덜거리며 내려왔습니다.
분명 의지는 아니었는데 그렇게 되더군요. 예전에 산에 아무리 올라도 멀쩡했는데 이제 30대를 넘어서니 마음같지가 않습니다.
하체가 많이 부실해진 것 같아 하체 운동을 하기로 이 날부터 마음먹고 열심히 하체와 지구력 운동을 하는데
여간 힘이 드는게 아니네요. 그래도 운동을 시작하니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해 기분은 좋습니다.

다음 산행이 기대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르다 빙판길 때문에 포기한 소백산과 처음 가보는 지리산이 마음을 설레이게 만듭니다.
시원한 바다도 아니고 해외로 떠나는 휴양도 아니지만 스스로의 극기훈련과 정신력 재 무장을 위해 떠나는 여행이라
설레이고 즐겁기만 합니다.

준비운동으로 다녀온 산이지만 저질 체력의 한계를 느끼게 해주고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할 수 있게 도와준 용문사에
고맙기까지 합니다. 그래서인지 곧 오르게 될 설악산과 지리산 빨리 만나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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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번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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